글로로퀸은 어떤 작용을 하는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치료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던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에 대해서 미 중앙정보국 CIA가 '복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공지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CIA는 직원 전용 웹사이트에 올라온 질문에 답을 하면서 "심장마비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의사 처방 없이, 혼자서는 먹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Chloroquine)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의 코로나19 치료효과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치료제 가능성을 홍보하고 나선데 이어 미국 코로나19 대응 TF팀 내에서 치료효과에 대한 논쟁이 벌어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로로퀸에 대하여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언급한데 이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2900만회 복용량을 비축하였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효과를 두고 트럼프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감염병 분야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설전을 벌여 언론에 보도되었다. 나바로 국장이 ‘명백한 효과’를 주장했지만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 치료효과가 아직 일회적 수준에 그쳐 입증할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밝혔다.
말라리아 치료제, WHO ‘연대’ 프로젝트와 ‘R&D 블루프린트’로 관심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치료제를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임상실험 프로젝트인 ‘연대(Solidarity)’를 발표했다.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약물에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도 포함되었다.
▲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왼쪽)과 하이드록시(하이드로)클로로퀸의 구조.
이와 함께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렘데시비르(Remdesivir)’ △에이즈 치료제인 로피나비르(Lopinavir)·리토나비르(Ritonavir) 혼합제 ‘칼레트라(Kaletra)’ △로피나비르(Lopinavir)·리토나비르(Ritonavir) 혼합제에 항바이러스 단백질인 인터페론 베타(β)를 투여하는 치료법 등 4가지 약물치료가 후보군이다. 코로나19 환자 중 15% 정도인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는 시간을 다투기 때문에 기존 약물 중 효과가 있을 만한 것을 빠르게 찾자는 프로젝트다(Science news March 22. 2020).
지난 3월 19일자 [코로나19 과학리포트 vol.6](‘기생충’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치료전략)에서 렘데시비르(Remdesivir)와 칼레트라(Kaletra)의 작용 원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어떤 이유로 효과를 기대할 만한지 혹은 우려가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1930년대 개발된 클로로퀸은 유사체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더불어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인 말라리아 예방 또는 치료제로 오랫동안 쓰이고 있다. 이 약물은 WHO가 지난달 13일 발간한 ‘R&D 블루프린트’에서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효과를 판단할만한 임상데이터가 충분하지는 않다.
클로로퀸은 세포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하나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세포내 소기관인 엔도솜(endosome)의 산성도를 낮추는 작용을 한다. 엔도솜은 물질의 세포 내 유입과정에서 형성되는 주머니 모양의 소포를 말한다. 세포 내 유입 초기(수분 이내)의 것을 초기 엔도솜, 후기의 것을 후기 엔도솜이라 한다. 막으로 둘러싸인 구조를 보이며 원형질막과 골지체 또는 리소좀 사이에서 물질 이동을 담당한다. 엔도솜의 산성도를 낮추면 몇몇 바이러스가 세포로 침입하지 못하므로 말라리아 감염을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세포 안으로 침입하는 과정이 달라 이러한 메커니즘으로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세포 내에서 불필요한 단백질과 세포 구성성분들을 분해하는 오토파지(autophagy·자가소화작용 또는 자가포식) 기능을 저해한다. 클로로퀸의 작용으로 오토파지가 활성화되지 않을 때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증식을 차단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스템이다. 오토파지 기능으로 세포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단백질이나 세포 내 소기관을 분해하여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한다. 세포 안에서 노폐물을 제때 제거하지 못하면, 세포 내 항상성이 무너지며 대사질환, 암, 뇌질환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한다. 지난 2016년 일본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유전자와 그 기능을 밝힌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오토파지는 ‘오토파고솜(autophagosome·자가포식소체)’이라는 주머니형태의 조직이 불필요한 단백질이나 세포내 기관 등을 둘러싼 뒤 가수분해효소를 지니고 있는 리소좀이 결합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분해효소는 오토파고솜 안의 물질을 잘게 분해한다. 오토파지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은 여러 질병에 대한 치료전략으로 연구되고 있다.
오토파지 억제하면 바이러스 증식 저해?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세포 내 오토파지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오토파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토파고솜이라는 세포 내 소기관과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를 감염시킨 뒤 자신의 유전자 복제를 위해 만드는 소기관의 막 구조가 유사하다. 이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오토파지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 연구(동물실험)가 진행되었다.
아직까지 그 연관성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지만, 오토파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LC3 단백질과 설치류를 감염시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인 MHV(Murine hepatitis virus)의 Nsp8 단백질, 막 단백질이 감염된 세포에서 같은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그리고 오토파지를 일으키는데 중요한 ATG5 단백질이 존재하지 않은 경우 설치류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위 연구를 포함한 일련의 연구결과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바이러스가 오토파지 작용의 일부를 자신의 복제와 증식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이 연구내용이 맞다면, 오토파지를 억제하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식을 일부 차단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오토파지 기능을 떨어뜨림으로써 코로나19에 대한 치료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스코로나바이러스는 세포를 감염시킨 뒤 오토파지를 야기하기는 하지만, 오토파지가 바이러스 증식에 꼭 필요하지 않다는 증거들도 있다. 예컨대,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는 ATG5가 없는 세포 안에서도 별 문제 없이 증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바이러스 감염 시 오토파지가 활성화되는 현상은 감염된 세포의 바이러스에 대한 반응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Viruses, 2012, 4:3440).
최근에는 오토파지를 억제하면 오히려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MERS-CoV)를 연구한 이 논문에서는 오토파지를 활성화하면 메르스 바이러스의 증식이 저해되는 현상을 관찰하였다(Nature Communication, 2019, 10:5770).
정리하자면, 오토파지 억제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의 바이러스 증식을 막을 수 있다는 실험결과들이 있지만, 메르스의 경우는 오히려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스와 메르스에 대해 실험한 결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직접적인 실험과 연구가 없어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염증반응을 줄이는 효과
클로로퀸이 인체의 염증반응(inflammation)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눈여겨볼만하다(Journal of Rheumatology, 1992, 19:1353). 클로로퀸이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유전인자들을 조절하여 염증반응을 감소시킨다는 논문은 많이 나와 있다. 이와 함께, 클로로퀸의 오토파지 억제 작용이 염증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Clininal Translation Medicine, 2017 6:24).
오토파지는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여러 면역세포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오토파지 작용은 활성화된 대식세포 사멸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오토파지는 또한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 분비를 조절한다. 따라서 클로로퀸의 오토파지 억제 기능이 염증반응을 줄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코로나19 중증 환자들은 과다한 염증반응으로 폐 손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염증반응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면 중증환자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의한 오토파지 저해나 염증반응 감소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대한 치료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연구를 더 해볼 필요가 있다.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된 사례들은 투여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여량이 많으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동물실험에서 말라리아 외 다른 바이러스에 효과를 보인 경우에도 임상시험에서 많은 부작용이 동반되는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클로로퀸의 경우 심한 설사, 청각손실과 같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심장에 심한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중국 연구진이 최근에 보고한 내용이 있으나(BIoScience Trends, 2020 14:72), 정확한 데이터가 공유되지 않고 있어 확실한 데이터가 제공되어야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발표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의 효과에 대한 보고는 대조군이 정확하지 않아 결론을 내리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아무래도 정확한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 |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단장‧UNIST 생명과학부 특훈교수, (DNA 복제·복구·재조합)
편집 | IBS 커뮤니케이션팀
발행일 | 2020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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